ㆍ제빵 등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 점포 수 2% 내 제한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5일 본회의를 열어 제과점업과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침입해 동네빵집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제과협회 자료를 보면 동네빵집은 2000년 초반 1만6000여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0여개로 줄었다.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뜨(SPC)와 뚜레쥬르(CJ푸드빌)의 전국 가맹점 수는 각각 3200개와 1200개를 넘어섰다. 이날 동반위가 제과점업과 음식점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생계형 동네빵집과 동네식당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외식업체와의 경쟁에서 적게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
그러나 해당 품목 대기업이 동반위 발표 철회와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싸고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날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모두 16개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최종 지정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품목은 그동안 대·중소기업 상생과 골목상권 보호의 핵심 이슈였던 제과점업이었다.
제과점업의 중기 적합업종 선정 문제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동네빵집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제과협회는 제과점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의 반발이 계속됐고 동반위는 수차례 실무위를 열고 이해 관계자들과 협상을 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동반위는 지난해 12월에도 제과업종에 대한 중기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발표하려 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 차가 워낙 커 발표가 한 달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동반위는 이날 제과업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에 확장과 진입 자제를 권고했다. 대기업은 매년 전체 점포수의 2% 범위 내에서 가맹점을 신설할 수 있지만 인근 동네빵집과 도보로 500m 거리제한을 두도록 했다.
동반위의 이번 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다. 실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동반위의 이날 결정에 강력 반대하고 나서 벌써부터 대기업들이 동반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동반위가 거리제한 규정을 둔 것은 사실상 새 점포를 내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중견 외식업체들도 “한 우물을 파서 성장한 기업에 대해 대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사업영역 조정은 기업의 이해관계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이 영세업자들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사회적인 과제를 푼다는 자세로 나서야 대기업과 영세업자의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