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음식을 조리·가공해 섭취하는 과정에서 맛을 증진시키기 위해 조미료의 일종인 MSG를 사용한다. 조미료는 주재료와 생산방식을 기준으로 ‘발효조미료, 종합조미료, 천연조미료’로 나뉜다. 조미료는 초기의 소금, 장류 같은 기본조미료를 시작으로 MSG, 핵산 등의 발효조미료 또는 종합조미료를 거쳐 최근에는 천연조미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조미료로서 MSG는 주원료가 글루타민산이다. 다시마 국물, 토마토, 간장, 파마산 치즈, 콩 등에 다량 함유돼 있어서 매우 친숙한 맛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제5의 맛으로 알려진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TV프로그램에 조미료 과다사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MSG의 유해성에 대한 이슈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맛을 내기 위해 MSG를 무심코 사용해 왔던 나씨는 조미료에 대한 의문에 평소 친분이 있는 H사이버대학교의 외식경영전공 김성공 교수를 찾았다.
*본 내용은 김영갑 교수의‘외식 소비자의 MSG 허용범위와 사용량 인식이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이해하기 쉽도록 각색했다.
나경영 : 김 교수님, 요즘 MSG 때문에 골치가 아프네요. 언론에서는 MSG를 사용하면 안 되는 첨가물처럼 강조하는데, 현실적으로 음식점에서 MSG를 사용하지 않고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김성공 : 먼저 MSG가 어떤 물질인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MSG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타민산 88%에 나트륨 12%가 결합된 물질입니다. 소위 제5의 맛이라고 불리는 감칠맛을 내는 향미증진제 성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래전부터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 주로 알려져 왔죠. 하지만 1907년, 일본 도쿄대 키쿠나에 이케다 교수가 다시마 국물과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맛인 감칠맛을 발견했습니다.
나경영 : 일본의 키쿠나에 이케다 교수가 감칠맛을 내는 물질을 찾아낸 것이군요. 그럼 지금의 조미료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해지는데요?
김성공 : 이케다 교수는 1908년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을 해조류에서 추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후 글루타민산을 화학적으로 생산해 내는 방법도 찾아내게 되죠. 결국 MSG를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는데도 성공해서 대량 생산하게된 것입니다.
나경영 : 그럼 MSG에 대하여 언론이나 시민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뭔가요?
김성공 : MSG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계기가 있습니다. 1968년 중국계 미국인 의사 로버트 곽이 ‘중화요리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을 제기하면서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죠.
나경영 : 중화요리 증후군이 뭔가요?
김성공 :MSG가 많이 포함된 중국요리를 먹은 일부 사람에게서 일시적 과민반응(후두부 작열감, 가슴압박, 메스꺼움, 두통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러한 과민반응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섭취 후 2시간 내에 사라지는 일시적 반응이며, L-글루타민산나트륨 함유 식품 섭취와 중화요리 증후군과의 상관성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나경영 : MSG가 사람들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 맞네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증거가 있으니까요.
김성공 : 꼭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MSG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인 JECFA에서 식품첨가물에 대한 독성을 평가했습니다.
나경영 :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김성공 : MSG는 인체안전기준치인 1일 섭취 허용량(ADI)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은 ‘NS(Not Specified)’품목으로 확정됐습니다. 음식에 첨가해도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MSG는 안전하며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는 첨가물(GRAS)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나경영 : 그런데 왜 MSG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날로 증가하는 것 일까요?
김성공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MSG를 일반적으로 화학조미료, 인공조미료라고 부르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웰빙 또는 힐링 시대가 되면서 ‘천연’이 아닌 ‘화학, 인공’이란 용어는 인공적이고 건강에 유해하다는 인식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화요리 증후군 같은 MSG 알레르기 반응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나경영 : 과학적으로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는 없지만 사람들이 나쁘다는 인식으로 기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군요. 외식 업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성공 : 외식업체가 MSG를 쓰는 이유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MSG는 매우 낮은 비용으로 최고의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이기도 하고요. 물론 천연 재료를 사용해 감칠맛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식재료의 원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면 음식의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만약 고객이 높아진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외식업체는 큰 위험에 빠지게 되겠죠. 예컨대 냉면 육수에 MSG를 사용하지 않고 소고기만 사용한다면 냉면가격이 1만원 이상 되어야 할 겁니다. 소비자가 그 냉면을 쉽게 구매할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점의 해답을 찾기 위해 최근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34가지의 외식 메뉴를 대상으로 ‘외식 소비자의 MSG 허용범위와
사용량 인식이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를 간단히 설명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외식 소비자의 MSG 허용범위와 사용량인식이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
1. 소비자는 외식메뉴의 유형에 따라서 MSG의 사용량이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34가지의 외식메뉴는 <표 1>과 같이 총 6가지의 음식군으로 분류되었음.
2. 소비자는 6가지의 음식군 중 ‘돈가스와 중식류’에 MSG가 가장 많이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한식과 국수류’, ‘비빔밥과 찌개류’, ‘패스트푸드류’, ‘급식류’, ‘회와 고기류’ 순으로 인식하고 있음. <그림 1> 참조
3. MSG 사용의 허용수준은 모든 메뉴에서 낮았는데, 특히 ‘회와 고기류’, ‘급식류’, ‘비빔밥과 찌개류’의 허용수준이 낮았음. 그에 반해 ‘패스트푸드류’, ‘돈가스와 중식류’, ‘ 한식과 국수류’에 대한 허용수준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 <그림 1> 참조
4. MSG의 허용수준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나이가 젊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대체로 높았음.
5. 외식업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학력이 높을수록 MSG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인식함.
6. 소비자의 외식메뉴에 대한 MSG 허용수준이 높을수록 구매의도가 높아지는데 반해 사용량에 대한 인식은 구매의도
나경영 : 연구결과가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쉽게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성공 : 소비자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MSG를 허용하는 수준도 다르고 첨가하는 양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중식과 한식, 패스트푸드류에는 MSG를 좀 더 많이 허용하면서 다량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고기, 일식 등에는 허용 수준도 낮고 많이 첨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경영 : 그러고 보니 대체로 가격이 저렴한 음식에서는 MSG 첨가에 조금 관대한 면이 있는 것 같군요. 반면에 비싼 음식에서는 MSG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같습니다.
김성공 : MSG에 대해 남성, 젊은층, 저소득층이 더 많은 양을 허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층과 중장년층이 MSG에 더 예민할 수 있겠네요. 특히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더욱 민감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결과, 소비자가 추측하는 MSG 사용수준은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음식에 MSG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추측되면 구매를 기피하고,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구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경영 : 그럼 음식점이 MSG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소비자에게 알리는 전략을 펼친다 해도 이것이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 다는 것인가요?
김성공 :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에서‘No MSG’를 메뉴 콘셉트로 내걸고 신규 브랜드를 개발해 시장에 출시했지만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보셨죠? MSG 사용량 인식이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반대로 어떤 음식점은 누가 보더라도MSG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쉽게 알 수 있음에도 고객이 많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경영 : 그럼, 어떤 경우가 소비자의 구매 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까?
김성공 : 연구 결과를 분석해보면, 소비자의 MSG 허용 수준은 구매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MSG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음식에 MSG가 들어갔다고 추측이 되면 구매를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식업소에서는 소비자의 MSG 허용수준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경영 : 소비자의 MSG 허용 수준을 높이면 구매 의도가 높아진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MSG 허용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요? MSG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 개선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김성공 : 소비자의 MSG에 대한 허용수준을 개별 외식업소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외식업중앙회같은 사업자단체나 MSG 제조업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인식 개선을 위해 주로 소비자에게 강조되어야 할 내용은 MSG가 과학적으로 무해하다는 정보, 천연 재료 성분과 동일하다는 점, 가격 대비 효용성이 높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외식 업체에서 MSG를 사용하는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계층별 가격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MSG와 동일한 맛을 즐기기 위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적당량의 MSG는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경영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MSG 사용과 관련해서 저와 같은 외식사업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성공 : 그렇다고 MSG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적당량을 사용할 때, 가장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맛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의 종류나 구매하는 소비자에 따라서 MSG에 대한 허용 수준과 사용량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음식이 아무리 감칠맛이 있어도 MSG의 허용 수준이 낮은 소비자는 MSG가 많이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음식을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MSG의 허용수준이 높고 감칠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경우는 MSG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음식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MSG의 경우도 다른 소비자 변수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에 표준화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당 외식업체를 찾는 고객의 성향에 따라서 적정한 수준을 찾고, 소비자의 인식과 허용수준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료제공: 월간외식경영]